예능 《장사천재 백사장 시즌2》 후기. 제품 개발의 진수가 담겨있었다.

작성 : 2024-02-15수정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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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tvn 《장사천재 백사장 시즌2》 소개 이미지 중 일부

출처 : tvn 《장사천재 백사장 시즌2》 소개 이미지 중 일부

별점

★★★★✦


한줄평

예능에 담긴 제품 개발의 달콤한 진수.


머리말

채널 ‘tvn’에서 방송된 《장사천재 백사장 시즌2》을 다 봤다. 일요일 저녁 침대에서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방송 중인 걸 몇 번 볼 때마다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서 OTT 서비스를 통해 정주행을 시작했다. 시놉시스로는 한식 불모지인 해외에서 백종원의 성공적인 밥장사를 위한 창업부터 운영까지를 담은 예능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한식을 즐기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은 것도 좋았지만, 좌충우돌이 아닌 고군분투 속 백종원의 기술과 리더십 그리고 팀원들 간의 협력 덕분에 더욱 재밌는 방송이었다.


이건 무슨 예능인가

정말 해외가서 한식 파는 예능인가?

나는 ‘밥장사’라고만 했을 때, 단순히 요리하고 판매하는 게 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메뉴를 어떻게 하고 단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초반 홍보를 위해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할 것인지, 손님이 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예측 불가능한 이슈에 대해 솔루션을 내놓는 백종원의 모습은 단순 ‘밥장사 예능’의 범주를 뛰어 넘었다. 지금은 종영된 예능 《무한도전》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장사천재 백사장》에는

제품 개발

(Product Developement)이 담겨있었다.


이상적인 리더

제작진이 마련해 준 가게를 보며 이전 가게의 패인을 분석하는 모습부터 상권을 분석하고,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경험을 생각해 인테리어를 고민하고, 초반 홍보를 위한 마케팅 포인트를 고민하는 모습은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나가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환경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고심한다. 통창을 활용해 시선을 모으고, 폭탄 계란찜이라는 메뉴를 통해 사진 촬영과 입소문을 유도했다. 골목의 분위기와 지나다니는 사람의 연령층을 분석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가게 외관이 어떻게 보이는 지를 생각하며 테이블보를 추가하자 즉각 고객 반응이 개선되었다. 새로운 상권에 열린 “반주 2호점”의 첫 장사 중에서는 관광 상권이 아닌 로컬 상권임을 깨닫자마자 전략을 바꿔 현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으로 진행한 코스 메뉴에서 발생한 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메뉴와 응대를 개편했으며, 마지막 날에는 재고 처리와 매출을 위해 월요일 밤의 반찬 포테라는 신의 한 수를 두었다.


핀초 전시, 퍼포먼스, 서비스, 활기 등 손님들이 흥미를 가지고 즐거워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와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백종원은 시청자들에게도 이 가치를 전해주었다.


비록 팝업이라는 일시적인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지를 알고 항상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그의 원시안은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고 성장시켜야하는 리더의 모습에 너무나도 부합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는 최근 국방부와도 협약을 체결했으며, 연내 상장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상적인 시니어

술 게임 중에 “백종원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떠오르는 한식 레시피를 구글에 검색했을 때 첫 페이지에 백종원 레시피가 검색되면 술을 마시는 게임이다. 술을 마시기 위해(또는 먹이기 위해) 만들어진 술 게임의 룰이 이렇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백종원 레시피가 있는 지를 짐작하게 한다.


《골목식당》, 《한식대첩》 등의 방송으로도 유명한 국내 요식업계의 대부 백종원의 주방 요리 기술에 대해서는 의심할 나위가 없다. 뛰어난 하드 스킬을 바탕으로 요리법을 전수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백종원의 모습은 많은 주니어가 꿈에 그리는 시니어의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김밥용 당근이 신 맛을 가지고 있을 때도, 김밥용 밥에 찰기가 없을 때도, 긴 시간 삶은 족발이 사실 염지 된 고기였을 때도 그는 단숨에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여기에 더해 그는 멋진 소프트 스킬도 갖추고 있다. 주방에서도 권위 의식 없이 동료와 함께 할 일을 해나가는 수평적인 모습은 직원들이 두려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더 나은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나누게 만든다. 대표이자 사부되시는 사람이 나서서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어떻게하면 덜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 일을 왜 해야하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직위를 떠나서라도 열정은 전염된다.


칭찬과 격려의 말도 자주 한다.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어제보다 더 좋아졌어요”, “아주 좋아요”, “잘했어요” 등 백종원이 하는 칭찬의 말이 그 억양과 함께 머리에 남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직원들에게 바빠질 것이니 미리 준비하라고 했던 당부나 손님한테 보이는 공간을 항상 깨끗이 해야한다는 모습이 잘 지켜지지 않았을 때 특히 그러했다. 아닌 것과 기본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메시지를 전달하며 개선을 촉구한다. 물론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과 결과로 증명하기에 그의 말에는 더욱 무게가 실려있는 것일 테다. 족발 사태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든 이장우를 걱정하며 그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안방 침대에서 보고 있는 내 마음도 움직이게 만들었다.


사실 백종원의 웃는 상인 외모 또한 많이 도움이 되었을 것인데, 사람이 중년이 되면 그 동안의 세월과 성격이 얼굴에 묻어난다고 했다. 타고난 얼굴 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보인다는 것은 긴 세월 웃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적인 동료

아무리 백종원이 뛰어나다고 해도 혼자 가게를 운영할 수는 없다. 바텐더, 홀마스터, 서버, 주방보조 등 다양한 역할의 사람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같이 출연한 이장우, 존박, 유리, 효연, 이규형, 파브리, 에릭 그리고 현지 알바생 꼬로와 우슈에까지 각자 뛰어난 능력과 협업, 그리고 팔로워십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일에 잠깐 여유가 생기거나 동료의 일이 바빠보이면 나서서 지원하고, 시원한 음료나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자책할 때는 격려하고,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 맛이나 일하는 방식 등 객관적인 피드백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 지를 공유한다. 1호점과 2호점을 넘나들며 서로를 지원한 팀원들, 자발적인 협력, 김밥 지옥 속에서도 농담과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들, 전 알바생으로써 식사 초대를 받았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까지 일을 도와준 우슈에와 꼬로… 등 그들의 팀워크에서 보기 아쉽거나 불편한 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되어 있는 건강한 조직에서 가능한 일이다. 이런 문화가 조성된 데에는 백종원의 리더십 또한 큰 역할을 했겠지만, 이를 따라주는 멋진 팀원들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후기

위에서 말한 이런 많은 이유 덕분에 어느 면에서도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이 재미있었던 방송이었다. 내가 보지 않은 시즌 1이 있음에 감사하며 이제는 시즌 1을 정주행하려고 한다. 빠른 시일 내로 다시 시즌 3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며, 좋은 방송을 만들어준 제작진 분들과 멋진 모습을 보여준 출연진 분들께 멀리서나마 박수를 보낸다.


제품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진심으로 이 예능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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