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유현준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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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알려주는 책 또는 교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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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유현준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셜록현준’ 채널을 비롯해 최근 방송된 ‘알쓸별잡’까지, 책을 읽기 전 유현준 교수님의 시선과 이야기를 영상으로 많이 들었다. 이번 ‘북이영화’ 독서모임을 통해 책까지 읽어보게 되었다.
건축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폭 넓은 이야기를 다뤄주시며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해주시는 터라 각 주제를 간단히 짚어주시는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400 쪽에 다다르는 분량을 보여준다. 만약 하나하나를 더 깊이있게 써주셨다면 분량은 아득히 많아졌을 것이고 그 두께와 깊이에 설명을 쉽게 해주시지만, 대중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내가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은 지 이제 한 1년 정도 되었던 듯 싶다. 이 책은 2015년에 출간되었다. 책을 읽으 며 느낀 점을 비유하자면 내가 그동안 봐왔던 영상들은 강의고, 이 책은 그 교재다. 교수님은 분명 책을 먼저 집필하시고 이후 유튜브와 방송 활동을 하시면서 비슷한 내용을 얘기하셨던 것이겠지만, 이를 역으로 접하게 된 내 느낌은 영상으로만 들었던 이야기들이 정리된 책 같은 느낌이었다. 미국에서 석사학을 취득하신 교수님이시라는게 문장마다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이다.’ 라고 끝나는 문장이나, ‘~인 것이다’와 같은 문장들에서 많이 느껴졌다. 예를 들자면 ‘~ 도시이다’ 라는 문장을 ‘~ 도시다’ 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이런 문장은 주로 영어의 특징이 국어에 반영되며 자주 나타난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유사하게 문장을 바꿔서 상상해가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떤 매체에서든 유현준 교수님의 매력은 세상의 모든 걸 쉬운 말을 통해 건축적으로 해설해주시면서도 인간답고 친근하다는 느낌을 주신다는 데에 있다. 이 시선은 폭 넓은 인문학적 사고와 상상력 그리고 유머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다.
건축은 공간을 다루고, 이 공간이라는 것은 사람의 본능에 많은 영향을 받고 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자각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공간에 사랑과 탐욕, 과시를 위시한 감정이 담겨있다거나 3차원의 공간에 시간을 더해 4차원의 의미를 부여했다거나 사람이 모이고 기술이 발전하는 토대가 된다는 부분들을 비롯해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공간 시점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문장 몇 개를 같이 남겨 본다.
서양의 공간, space는 수학적 규칙을 가진 비어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동양의 공간은 비움과 관계의 합성어로 만들어져있다.
인류학적으로 1만~4만 5천 년 전 크로마뇽인 시대에 갑작스레 인간의 지능이 발달하게 되는데 농경 기술을 습득했기 때문이다.
터치는 인간의 본능이다.
공간은 보이드, 심볼, 액티비티라는 세 종류의 정보로 만들어진다. 보이드는 정량적인 빈 공간의 볼륨이고, 심볼은 상징적인 정보이고, 액티비티는 사람들의 행동에 의한 정보다. 인터넷의 초기 웹 문서인 심볼 정보에 보이드 정보가 더해져 미니홈피 시대가 열렸고, 액티비티 정보가 더해져 SNS 시대가 개막했다.
북촌에는 일제강점기 때 경성에 주택이 많이 필요해져 중정형으로 모듈화된 도심형 한옥이 지어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현재의 북촌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집 장사가 지은 주택 단지인 것이다.
사무 공간은 개인의 업무도 하고 협업도 해야 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극도 받아야 한다. 개방성괘 폐쇄성이 적절하게 배합되어야 한다. 좋은 사무 공간은 큰 빈 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빈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창의적인 생각이 더 쉽게 나온다. 비어 있는 공간이 우리의 사고가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
프라이빗한 공간을 얻는 다른 방식은 익명성을 통해서 얻는 것이다. 대도시화 되며 공간의 부족으로 없어지는 사생활의 자유는 익명성이라는 장치를 통해 회복된다. 나를 모르는 여러 사람들 속에 섞여 있게 되면 더 자유로워지고 그렇기에 더 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한 방향을 바라보는 공간에서 다채로운 교제는 힘들다. 정방향의 공간은 다양한 방향성을 가질 수 있다. 공간은 실질적인 물리량이라기보다는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