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4가지 이유.

작성 : 2023-05-21수정 : 202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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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내가 처음 다녔던 회사는 매일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게 규칙이었다. 아직 나만의 업무 루틴과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신입 시절 이 규칙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써오라던 숙제와 같았다. 왜 써야하는 지도 모른 채 하라고 하니까, 라는 이유로 판에 박힌 듯 찍어내는 아와 어만 다른 글들을 업무일지라며 매일 업로드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내 스스로 업무일지를 작성한다. 나만의 노션 페이지와 템플릿을 생성하여 그 날 내가 한 일, 내가 할 일, 고민하고 있는 일, 배포한 기능, 업무 미팅… 등 내가 적고 싶은 그 날의 일들을 기록한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한 일과 배포한 기능에 대해 짧은 몇 자를 적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꾸준히 하면 할 수록 자연스레 범위가 커지고 내용이 많아졌다.

꾸준히 업무일지를 작성한 지 반 년도 훌쩍 넘어간 시점에서 나는 왜 이걸 작성하고 있고, 작성하는 걸 좋아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업무일지를 작성함으로 인해

첫 번째 이유

공수산정 및 일정관리에 객관적 지표가 생긴다.

개발자라면 무조건 듣는 질문이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이 기능 개발하는데 얼마나 걸려요?”

바로 공수산정에 대한 질문인데, 많은 경험이 쌓여 높은 정확도를 가진 직관을 갖춘 개발자라면 보다 쉽게 대답할 수 있겠지만 주니어에게는 특히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짧은 일정을 산정하면 스스로 불러온 야근이라는 재앙에 짓눌리게 되고 심지어는 프로젝트의 출시 일정에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만약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빠르게 동료들에게 공유하지 않고 혼자 해결해보겠다고 붙잡고 있을 수록 후에 맞닥뜨릴 재앙은 더욱 비대해지고 있을 것이다.

너무 긴 일정을 산정하면 프로젝트 진행에 과도한 비용을 소모하게 되고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게 된다.

항상 마음 한 켠에 불안을 가지고 대답을 하게 되는데 꾸준한 업무일지의 작성은 위에 말한 직관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내가 A 기능의 개발에 예상한 공수가 실제로 개발하는데 얼마나 걸렸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계속 비교하며 내 스스로 피드백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더는 공수산정에 대한 질문을 두려움 없이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이유

스스로 업무를 관리할 수 있다.

스타트업일 수록 한 사람에 요구하는 일의 범위가 크다. 2~3개의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진행하는 건 예삿일이고, 프로젝트 진행 도중 운영, 유지보수, 개선, 오류대응에 대한 업무가 치고 들어오는 건 비일비재하다. 이 때 드는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할 때도 많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바로 스타트업이고, 이게 회사가 내게 요구하는 일이고, 바로 내가 회사에 보여줘야 하는 업무인 것을.

업무일지에 내가 한 일, 할 일, 고민하는 일 등을 기록해놓자. 어차피 내가 보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므로, 남에게 보여질 것을 고려하여 상세하고 깔끔하게 적을 필요도 없다. 그저 나 편한 방식으로만 작성해도 된다. 그럼 퇴근하기 전에는 내가 오늘 어떤 일들을 했는 지를 명료하게 볼 수 있고, 다음 날 출근한 후에는 어떤 일들을 follow up 해야하는 지를 놓치지 않고 알 수 있다.

내 스스로 나의 업무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동료들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며 나의 기본적인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이유

언제 무슨 일을 했는 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건 나와 회사에서의 나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이력서를 작성할 때다. 이력서에 내가 어느 회사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다녔다는 것을 적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게 FANNG이나 네카라쿠배당토와 같은 대기업이라면 말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니며 어떤 프로젝트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은 무엇이고 어떤 결과를 내놓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경력기술서가 실제로 도움이 된다. 이직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내 커리어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고민하기에 매우 좋다. 회사를 다니며 중간중간 이력서를 업데이트 하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실제로 회사를 다니면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쁜 회사 업무에 치이다보면 눈 깜짝할 새 멀리 떠내려와 있는 나를 보게 되곤 하니까 말이다. 이럴 때 하루마다 적어둔 업무일지는 하루의 힘이 되어 경력기술서를 작성할 때 믿음직한 컨닝페이퍼가 되어준다.

회사에서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히스토리를 파악할 때다. 물론 깃 히스토리 등 이력을 뒤져보면 찾을 수 있지만, 작년 몇 월에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고 언제 배포가 나갔는 지 등을 가볍고 빠르게 파악하기 좋다. 또한 내가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었는 지도 확인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네 번째 이유

회의자리에서 말 할 대본이 생겨있다.

주간 회의, 스탠드업 미팅 등 협업으로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회의다. 회의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잘못할 경우 업무 연속성을 해치고 회의를 위한 일들을 하며 결국 전반적인 프로젝트의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꼭 필요한 자리에서 꼭 필요한 대화만 하는 게 필요하다.

내 업무에 대해 공유하거나, 내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공유하기 위해서 업무일지는 좋은 대본이 되어 준다. 보통 1주 내외의 간격으로 열리는 회의자리라 할 지라도, 작성했던 5일 치의 업무일지를 훑어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가 이미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끊어지지 않을수록 장점이 극대화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나는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게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라는 대전제를 지키고 있다. 가장 작은 업무보다도 작은 리소스를 들여야하고, 1~2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도 그 날의 일지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간단한 템플릿을 만들어두고, 형식없이 글을 적어내려간다.


 내 업무일지 템플릿

내 업무일지 템플릿

내 템플릿은

날짜, 배포내역, 글머리 기호 목록

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다.

날짜

를 기록해 노션 DB의 캘린더를 활용하여 캘린더 형태로 볼 수도 있게끔 한다.

배포내역

을 최상단에 콜아웃으로 노출하여 미리보기로 그 날의 배포 내역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글머리 기호 목록

으로 두서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그날의 일을 기록하는 식이다. 아이콘을 추가시키기도 하는데, 캘린더 형태로 볼 때 강조가 되는 효과가 있다.


 23년 1월의 업무일지 캘린더

23년 1월의 업무일지 캘린더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할 수 있는 정도로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무언가 작성해야 하는 내용이나 형식이 거창했다면 꾸준히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초기 열정에 사로잡혀 크게 일을 벌리지말고 가볍게 아주 가볍게 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형식과 방법이 자리잡을 것이다. 이 템플릿을 회사 개발팀 미팅 시간에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몇 달이 지나고 우연히 그 후로 꾸준히 작성하시던 분의 업무일지를 보게 되었다. 그 분의 방식에 맞게 템플릿이 비슷하지만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 업무를 관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든다면, 업무일지를 먼저 작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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