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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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머리말
내가 처음 다녔던 회사는 매일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게 규칙이었다. 아직 나만의 업무 루틴과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신입 시절 이 규칙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써오라던 숙제와 같았다. 왜 써야하는 지도 모른 채 하라고 하니까, 라는 이유로 판에 박힌 듯 찍어내는 아와 어만 다른 글들을 업무일지라며 매일 업로드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내 스스로 업무일지를 작성한다. 나만의 노션 페이지와 템플릿을 생성하여 그 날 내가 한 일, 내가 할 일, 고민하고 있는 일, 배포한 기능, 업무 미팅… 등 내가 적고 싶은 그 날의 일들을 기록한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한 일과 배포한 기능에 대해 짧은 몇 자를 적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꾸준히 하면 할 수록 자연스레 범위가 커지고 내용이 많아졌다.
꾸준히 업무일지를 작성한 지 반 년도 훌쩍 넘어간 시점에서 나는 왜 이걸 작성하고 있고, 작성하는 걸 좋아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업무일지를 작성함으로 인해
업무일지를 작성함으로 인해
첫 번째 이유
첫 번째 이유
개발자라면 무조건 듣는 질문이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이 기능 개발하는데 얼마나 걸려요?”
바로 공수산정에 대한 질문인데, 많은 경험이 쌓여 높은 정확도를 가진 직관을 갖춘 개발자라면 보다 쉽게 대답할 수 있겠지만 주니어에게는 특히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짧은 일정을 산정하면 스스로 불러온 야근이라는 재앙에 짓눌리게 되고 심지어는 프로젝트의 출시 일정에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만약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빠르게 동료들에게 공유하지 않고 혼자 해결해보겠다고 붙잡고 있을 수록 후에 맞닥뜨릴 재앙은 더욱 비대해지고 있을 것이다.
너무 긴 일정을 산정하면 프로젝트 진행에 과도한 비용을 소모하게 되고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게 된다.
항상 마음 한 켠에 불안을 가지고 대답을 하게 되는데 꾸준한 업무일지의 작성은 위에 말한 직관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내가 A 기능의 개발에 예상한 공수가 실제로 개발하는데 얼마나 걸렸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계속 비교하며 내 스스로 피드백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더는 공수산정에 대한 질문을 두려움 없이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이유
두 번째 이유
스타트업일 수록 한 사람에 요구하는 일의 범위가 크다. 2~3개의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진행하는 건 예삿일이고, 프로젝트 진행 도중 운영, 유지보수, 개선, 오류대응에 대한 업무가 치고 들어오는 건 비일비재하다. 이 때 드는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할 때도 많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바로 스타트업이고, 이게 회사가 내게 요구하는 일이고, 바로 내가 회사에 보여줘야 하는 업무인 것을.
업무일지에 내가 한 일, 할 일, 고민하는 일 등을 기록해놓자. 어차피 내가 보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므로, 남에게 보여질 것을 고려하여 상세하고 깔끔하게 적을 필요도 없다. 그저 나 편한 방식으로만 작성해도 된다. 그럼 퇴근하기 전에는 내가 오늘 어떤 일들을 했는 지를 명료하게 볼 수 있고, 다음 날 출근한 후에는 어떤 일들을 follow up 해야하는 지를 놓치지 않고 알 수 있다.
내 스스로 나의 업무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동료들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며 나의 기본적인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이유
세 번째 이유
이건 나와 회사에서의 나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이력서를 작성할 때다. 이력서에 내가 어느 회사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다녔다는 것을 적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게 FANNG이나 네카라쿠배당토와 같은 대기업이라면 말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니며 어떤 프로젝트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은 무엇이고 어떤 결과를 내놓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경력기술서가 실제로 도움이 된다. 이직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내 커리어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고민하기에 매우 좋다. 회사를 다니며 중간중간 이력서를 업데이트 하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실제로 회사를 다니면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쁜 회사 업무에 치이다보면 눈 깜짝할 새 멀리 떠내려와 있는 나를 보게 되곤 하니까 말이다. 이럴 때 하루마다 적어둔 업무일지는 하루의 힘이 되어 경력기술서를 작성할 때 믿음직한 컨닝페이퍼가 되어준다.
회사에서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히스토리를 파악할 때다. 물론 깃 히스토리 등 이력을 뒤져보면 찾을 수 있지만, 작년 몇 월에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고 언제 배포가 나갔는 지 등을 가볍고 빠르게 파악하기 좋다. 또한 내가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었는 지도 확인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네 번째 이유
네 번째 이유
주간 회의, 스탠드업 미팅 등 협업으로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회의다. 회의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잘못할 경우 업무 연속성을 해치고 회의를 위한 일들을 하며 결국 전반적인 프로젝트의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꼭 필요한 자리에서 꼭 필요한 대화만 하는 게 필요하다.
내 업무에 대해 공유하거나, 내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공유하기 위해서 업무일지는 좋은 대본이 되어 준다. 보통 1주 내외의 간격으로 열리는 회의자리라 할 지라도, 작성했던 5일 치의 업무일지를 훑어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가 이미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끊어지지 않을수록 장점이 극대화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나는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게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라는 대전제를 지키고 있다. 가장 작은 업무보다도 작은 리소스를 들여야하고, 1~2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도 그 날의 일지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간단한 템플릿을 만들어두고, 형식없이 글을 적어내려간다.
내 템플릿은
날짜, 배포내역, 글머리 기호 목록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다.
날짜를 기록해 노션 DB의 캘린더를 활용하여 캘린더 형태로 볼 수도 있게끔 한다.
배포내역을 최상단에 콜아웃으로 노출하여 미리보기로 그 날의 배포 내역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글머리 기호 목록으로 두서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그날의 일을 기록하는 식이다. 아이콘을 추가시키기도 하는데, 캘린더 형태로 볼 때 강조가 되는 효과가 있다.
무언가 작성해야 하는 내용이나 형식이 거창했다면 꾸준히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초기 열정에 사로잡혀 크게 일을 벌리지말고 가볍게 아주 가볍게 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형식과 방법이 자리잡을 것이다. 이 템플릿을 회사 개발팀 미팅 시간에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몇 달이 지나고 우연히 그 후로 꾸준히 작성하시던 분의 업무일지를 보게 되었다. 그 분의 방식에 맞게 템플릿이 비슷하지만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 업무를 관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든다면, 업무일지를 먼저 작성해보자.